"마 폰 없애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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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768회 작성일 19-08-26 16:47본문
최근 방문하신 한 분은 고속도로를 청소하는 일을 하시는 어르신이셨습니다. 60대의 나이에 목 디스크와 요추 협착증을 겪고 계셨는데, 하시는 일에 대해 들어 보니 차량이 천천히 이동할 때에 허리를 숙여 오래도록 도로 청소를 하시다 목과 허리에 무리가 간 상황이었습니다.
간단한 시술을 통해 요추 협착증은 상당 부분 개선되어 먼 곳에서 온 보람이 있으시다고 하셨으나 목디스크로 인한 어깨통증과 팔 저림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상태였습니다.
직업상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평소 생활 태도에서 좀 개선할 부분은 없을까 어르신께 이것저것 여쭈어 보았습니다. 특별한 취미 생활, 과격한 운동이나 안좋은 수면습관, 과다한 음주 등의 척추에 무리가 갈수 있는 생활습관이 있지는 않은지 아버님은 물론이고 같이 치료받고 계신 어머님께 알아보아도 크게 문제될만한 사항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척추, 특히 경추에 문제가 있는 분들에게 항상 강조하여 말씀드리는 글자를 멀리할 것과 모니터와 휴대폰 등의 화면을 멀리하고 TV시청시에도 자세에 유의하시라는 당부를 드렸습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장치가 나오면서 세상사가 많이 편해졌지만 부작용도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장시간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좋지 못한 자세를 오래도록 취하는 사람들이 많아 디스크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흔히 거북목이라고 하는데 허리를 앞으로 굽히고 목만 쭉 빼서 화면을 들여다보는 자세로 건강에 매우 좋지 않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졌는데, 책상에 앉아서 앞의 모니터를 볼 수 있는 컴퓨터와 달리 스마트폰은 고개를 숙이고 내려다보게 되어서입니다. 게다가 폰 화면에 나오는 글자가 작다 보니 화면에 눈을 가까이 하게 되고, 그러기 위해 몸을 더욱 굽히다 보면 요추와 경추에 무리가 가서 각종 척추질환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 이런 문제를 예방도 할 수 있고, 설령 문제가 생긴 후라고 해도 비교적 빨리 증상이 완화되는 편입니다.
1년 전부터 치료받기 시작하여 초기에는 한달에 한번 치료받는 정도면 지낼만하다고 하셨으나 최근 두달간은 거의 매주 한번씩 내원하시며 꾸준히 치료받으셨지만 증상 없이 지내는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었습니다. 치료를 하다보면 직업적인 부분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 소위 말해 골병이 든 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아무래도 충분히 쉬며 치료를 받는 분들에 비해 경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지난 달에 내원하셨을 때 였습니다.남자 치료실로 들어가는데 아버님이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보시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버님 무얼 그렇게 열심히 보십니까?''
겸연쩍어 하며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거라서... 무협지!''
''그러면 그렇지요. 어째 잘 안낫는다 싶더니 무협지가 문제였네요''
물론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나쁜 영향을 줄수 있는 부분을 삼가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괜스레 한마디 하였습니다.
''원장이 그라라면 최대한 참아야지. 낫게 해준다는데...''
1주일 뒤에 다시 내원하셨을 때 아버님의 첫마디가 저와 직원들을 미소짓게 만들었습니다.
''그길로 가자마자 마 폰 없애뿟다''
어르신께서는 저의 조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셨나 봅니다. 현대인에게 분신과도 같은 스마트폰을 없앤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적잖이 놀라고 결단력과 용기에 존경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생활태도보다는 직업적인 영향이 훨씬 크다는 걸 알기에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예 직장을 그만두면 증상이 훨씬 좋아질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연말까지는 계속 일을 해야 한다며 꾸준히 치료를 받으러 오십니다. 좋아하던 소설 읽기까지도 과감히 포기하고 하던 일을 계속 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는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을 것입니다. 책임감이 강하신 분이라 가장의 무게라는 것이 있는 것이겠지요.
멋진 아버님 덕분에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모두들 힘들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하루 였습니다. 부디 연말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무사히 정년을 맞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제가 치료를 잘 해드려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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